스포츠일기

"조 편성이 없어졌다면서요?" — 새 챔스 리그페이즈, 캐스터에게 물었다

목살구이 2026. 9. 18. 14:41

옛 조별리그와 새 리그페이즈, 무엇이 달라졌나

중계석 옆자리에 앉은 초보 시청자 한 명이 물었다. 화면엔 챔피언스리그 매치데이1 하이라이트가 돌아가고, 관중석 함성은 잦아들었지만 아직 골 세리머니 뒤 숨소리까지 들리는 시간이다. 조 편성표가 왜 안 보이냐는 그의 질문에서 시작된 대화를, 중계하듯 그대로 옮긴다. 2026-27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이미 첫 라운드를 마쳤고, 지금이 이 새 판을 이해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팬 — A조 B조가 안 보여요. 조 편성표는 어디 갔어요?

캐스터 — 없어졌어요. 2024-25시즌부터 조별리그가 사라지고 '리그페이즈'로 바뀌었죠. 지금이 그 세 번째 시즌입니다. 예전엔 4팀씩 8개 조로 나눠 홈앤어웨이 6경기를 치렀는데, 이제는 36개 팀이 하나의 거대한 순위표 안에 다 들어가 있어요. 조가 없으니 순위표도 딱 하나뿐입니다.

 

팬 — 그럼 우리 팀은 몇 경기를 하는 거예요?

캐스터 — 여덟 경기요. 서로 다른 상대 여덟 팀과 한 번씩. 홈 네 번, 원정 네 번으로 나뉩니다. 예전 6경기보다 두 경기가 늘었어요. 상대는 전력에 따라 네 개의 시드 포트로 나누는데, 각 포트에서 두 팀씩 뽑아 한 팀은 홈, 한 팀은 원정으로 걸어 줍니다. 그래서 최상위 포트에 있는 파리 생제르맹이나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가 초반부터 강팀을 만나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나오죠. 대신 같은 나라 팀끼리는 리그페이즈에서 붙지 않도록 걸러 냅니다. 매치데이1은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열여덟 경기가 몰아쳤어요. 하루에 여섯 경기씩, 저녁부터 새벽까지 화면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팬 — 여덟 경기를 다 이겨야 올라가나요?

캐스터 —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36팀 중 위에서 여덟 팀, 그러니까 1위부터 8위까지는 곧바로 16강에 직행해요. 9위부터 24위까지 열여섯 팀은 플레이오프라는 단판 승부 한 라운드를 더 거쳐야 하고요. 25위 아래는 탈락입니다. 유로파리그로 떨어지는 구제도 이제 없어요. 그러니까 여덟 경기 중 몇 승을 쌓느냐, 골득실을 얼마나 챙기느냐가 곧 순위이고 운명입니다.

 

 

왜 굳이 이렇게 바꿨을까

이 대목에서 팬이 되물었다. 멀쩡하던 조별리그를 왜 뜯어고쳤냐는 것이다. 대답 대신 질문을 하나 되돌려줬다.

캐스터 — 반대로 여쭤볼게요. 예전 조별리그에서 3차전쯤 일찍 1, 2위가 확정되면 남은 경기가 어땠어요? 주전 다 빼고 설렁설렁하는 경기, 많이 보셨죠.

 

팬 — 맞아요. 순위 정해지면 마지막 경기는 사실상 소화전이었죠.

캐스터 — 그걸 없애려는 겁니다. 순위표가 하나로 이어지면 8위와 9위, 24위와 25위 사이의 한 계단이 마지막 라운드까지 살아 있어요. 골 하나가 직행이냐 플레이오프냐, 잔류냐 탈락이냐를 가릅니다. 흥행과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가려는 설계죠. 관중 적은 후반 라운드 경기장에서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팬 — 강팀만 계속 유리해지는 거 아니에요?

캐스터 — 그런 우려도 있었는데, 올해 조 없는 판의 재미난 지점이 하나 있어요. 코모와 사바 같은 팀이 리그페이즈 무대를 처음 밟았습니다. 코모는 구단 역사상 첫 유럽대회 무대예요. 조별리그 시절엔 약팀이 죽음의 조에 걸리면 6경기 내내 무기력하게 끝나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상대 여덟 팀 중 해볼 만한 매치가 반드시 섞여 있어요. 시드가 낮아도 홈에서 만나는 두세 팀은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조합이 나온다는 뜻이죠. 그 한두 경기에서 이변을 만들면 승점 3점이 순위표 전체에 반영되니까, 조라는 칸막이가 사라진 만큼 위로 치고 올라갈 길이 오히려 넓어졌습니다.

 

팬 — 승점이 같으면 순위는 뭘로 가려요?

캐스터 — 조별리그 때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부분이에요. 예전엔 같은 조 안에서 맞대결 성적을 먼저 봤는데, 이제는 서른여섯 팀이 서로 다른 상대와 붙으니까 맞대결 기준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그래서 승점이 같으면 곧바로 전체 골득실, 그다음 총 득점 순으로 줄을 세웁니다. 결국 이기고 있을 때 한 골이라도 더 넣어 두는 게 8라운드 뒤 8위 안에 드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거예요. 후반 추가시간에 넣는 헐거운 한 골이 두 달 뒤 대진표를 바꿉니다.

 

팬 — 그럼 순위표는 어떻게 챙겨봐야 해요? 경기가 너무 많잖아요.

캐스터 — 좋은 질문이에요. 매치데이가 여덟 번, 하루에 최대 열여덟 경기까지 동시에 돌아가니까 예전처럼 우리 조만 보면 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일정은 매치데이1을 시작으로 10월 13-14일, 20-21일, 11월 초와 하순, 12월 초까지 이어지고 마지막 8라운드는 2027년 1월 27일에 서른여섯 경기가 같은 시각 킥오프해요. 규정과 대진, 실시간 순위는 공식 사이트인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페이지에서 매 라운드 갱신됩니다. 종목 전반의 순위와 대진을 한눈에 정리한 자료는 sportsrank.net에도 모아 두었으니 참고하시고요.

 

 

중계석에서 본 한 줄

조가 사라졌다는 건 단순한 표 모양의 변화가 아니다. 8위와 9위 사이, 24위와 25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이 시즌 끝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는 뜻이다. 예전 같으면 버려졌을 12월의 한 경기, 그 골 하나가 1월의 운명을 바꾼다. 8위와 9위를 가르는 건 단 한 골, 24위와 25위를 가르는 것도 결국 골득실 한 자리다. 그러니 올해 챔피언스리그는 우리 팀 경기만 챙겨 보던 습관을 버리고, 하위권에서 벌어지는 잔류 다툼까지 함께 봐야 그림이 온전해진다. 마지막 매치데이까지 채널을 돌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중계석에서 보는 재미도, 바로 그 끝까지 살아 있는 긴장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