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20일 일요일 밤, 맨체스터 시티와 선덜랜드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쿠팡플레이로 봤다. 원래는 하이라이트만 보고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반 9분 만에 골이 터졌다는 알림이 뜨는 순간 리모컨을 다시 잡았다. 에티하드가 만원인 화면을 보면서, 이건 하이라이트로 넘길 경기가 아니라는 감이 왔다. 결과적으로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화면을 껐다.
킥오프 전, 별다른 기대 없이 틀었다
선덜랜드는 이번 시즌 막 승격한 팀이다. 시즌 초반 순위표만 보면 맨시티가 크게 이길 경기처럼 보였고, 나도 그렇게 예상하고 화면을 켰다. 중계 화면 톤부터가 달랐다. 캐스터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깔려 있었고, 초반 몇 분은 그냥 흘러가는 탐색전처럼 흘렀다. 관중석에서 나오는 소리도 아직은 경기 전 웅성거림에 가까웠다.
그 분위기가 9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엔소 페르난데스가 이번 시즌 맨시티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렸고, 그 순간 스탠드 소리가 한 톤 올라가는 게 화면 너머로도 느껴졌다. '이 정도면 편하게 이기겠네' 싶었던 내 예상은 딱 3분 만에 깨졌다. 12분, 선덜랜드의 브라이언 브로베이가 바로 답했다. 승격팀이라고 얕봤던 스스로가 조금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선덜랜드는 8년 만에 돌아온 프리미어리그였다. 2017년 강등된 뒤 챔피언십을 떠돌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뚫고서야 겨우 승격을 확정한 팀이다. 그런 팀이 개막 몇 주 만에 리그 선두를 상대로 이 정도로 맞불을 놓을 거라고는, 솔직히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화면 앞에서 그 생각을 완전히 접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12분이었다.
전반, 다섯 골이 몰아쳤다
여기서부터는 소파에 제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29분 라얀 셰르키가 다시 맨시티에 리드를 안겼고, 33분 브로베이가 또 따라붙였다. 2-2. 전반 시작 33분 만에 벌써 네 골이 나온 셈이었다. 화면 밖에서 듣기에도 에티하드의 함성과 탄식이 몇 분 간격으로 번갈아 터지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반 종료 직전인 43분, 안투안 세메뇨가 골을 넣으며 맨시티가 다시 앞서 나갔다. 전반전만 3-2. 커피를 내리다 말고 다시 화면 앞으로 뛰어왔던 기억이 난다.
해설진 목소리도 평소보다 빨라져 있었다. 골이 나올 때마다 캐스터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다음 상황을 붙이는 느낌이었달까. 나도 모르게 "이게 무슨 경기야" 하고 혼잣말을 뱉었다. 전반 45분 만에 이 정도 밀도라면, 후반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안 갔다.

후반, 브로베이의 저항과 홀란드의 마무리
후반 57분, 세메뇨가 이날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4-2로 벌어졌다. 이 정도면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한 순간, 59분에 브로베이가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해트트릭이었다. 승격팀 공격수가 리그 선두 상대로 세 골을 쏘아 넣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스코어는 4-3. 여전히 한 골 차. 나는 이때부터 시계를 계속 확인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경기를 정리한 건 81분, 엘링 홀란드였다. 종료를 9분 남기고 터진 그 골이 스코어를 5-3으로 고정시켰다.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가 정리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이 경기로 맨시티는 국제 A매치 기간을 앞두고 전승 행진과 함께 승점 3점 차 선두를 확정했다고 나온다. 결과만 보면 두 팀 차이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 지켜본 입장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정리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선덜랜드 감독 레지 르브리는 경기 후 "우리는 우리 정체성을 타협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스카이스포츠가 정리한 경기 리포트에도 비슷한 취지의 코멘트가 실려 있었는데, 화면 앞에서 이 경기를 다 지켜본 사람으로서는 그 말이 허세로 들리지 않았다. 승격팀이 리그 선두를 상대로 세 골을 넣고도 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 팀의 공격이 얼마나 물러서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였다.
이날 흔한 실수 하나를 저지를 뻔했다. 후반 중반, 다른 경기 결과가 궁금해서 잠깐 다른 앱으로 넘어갔다가 하마터면 81분 홀란드의 결승골 장면을 놓칠 뻔했다. 화면을 두 개 동시에 오가려다 정작 지켜보던 경기의 결정적 순간을 흘려보내는 건, 막상 겪어보면 꽤 자주 벌어지는 실수였다. 그 뒤로는 아예 폰을 내려놓고 끝까지 화면만 봤다.
다시 한다면
다음에 이런 경기를 다시 본다면 하이라이트만 볼 생각은 아예 접어둘 것 같다. 킥오프부터 종료 휘슬까지, 이날 나는 거의 두 시간 가까이 화면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중간에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를 뻔했는지 셀 수도 없다. 대신 다음엔 미리 편성 시간을 확인해서 첫 골 놓치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 이번엔 알림을 보고 뒤늦게 뛰어든 셈이라, 초반 9분의 그 첫 골 장면을 다시 돌려봐야 했다.
직관 대신 스트리밍으로 이런 경기를 챙겨보려는 사람이라면, 지금 쿠팡플레이 스포츠 편성표부터 미리 확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번 라운드처럼 언제 이런 경기가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승격팀이라고, 초반 순위가 낮다고 얕볼 경기는 없다는 걸 다시 배운 밤이었다. 다음 라운드도, 알림이 뜨면 일단 리모컨부터 잡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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